서재/비소설

[아무튼, 요가] 박상아. 위고.

리노타호 2025. 7. 18.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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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세상에 그런 열정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누군가에게 과시하거나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나에게 집중하고, 그런 나를 받아들이려는 열정. 요가복은커녕 목이 다 늘어난 티셔츠에 무릎이 튀어나올 대로 나온 추리닝 바지를 입고 있지만, 괜찮다,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다. 매트를 다닥다닥 붙여서 앞뒤, 양옆 사람과 계속 부딪히면서도 누구 하나 싫은 기색 보이지 않고, 서로의 움직임을 타협해가며 그 안에서 오로지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것을 보며 나는 깨달았다. 그것이 가능하고, 그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진짜 세상이라는 것을. 반면 스스로에게 집중하지 못하고 남만 두리번거리는, 그러다 옆사람과 부딪히면 서로 헐뜯으며 살아온 것이 내 인생이었던 것이다. (17-18)

 

생각만 해도 마음이 조급해지던 2분 샤워는 오히려 내게 느긋함을 선물해줬다. 그리고 그동안 당연하다고 생각한 청결함의 기준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했다. 땀 좀 흘려도 괜찮고, 가방 좀 바닥에 내려놔도 괜찮고, 맨바닥에 앉아도 괜찮다. 멋 좀 부리지 않아도 괜찮다. 괜찮아지는 것이 많아지면서 왜 그동안 그것들이 괜찮지 않다고 생각했는지, 아니 생각조차 해보지 않고 당연히 괜찮지 않다 생각한 것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30)

 

그런데 요가를 한 지 1년밖에 안 되셨다는 할머니가 그렇게 어려운 자세를 하는 걸 보니 한창 젊은 사람이 시도도 해보지 않고 '그렇게 물구나무서고 하는 건 난 못하는 거야. 그런 건 데이비드 같은 사람이나 하는 거야'라고 생각했던 게 그냥 한낱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머릿속이 멍했다. 지금껏 내가 요가뿐만 아니라 무엇에든 그렇게 안 보이는 선, 한계를 미리 정해놓고 살아온 것은 아닌가, 회의가 들었다.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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