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비소설

[요리를 한다는 것] 최강록. 클.

리노타호 2026. 1. 9.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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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이라는 것]

9. 혼자 먹는다는 것

 

혼밥, 혼술을 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메뉴가 있다면 '고독'이다. 혼자서 무언가를 먹는다는 게 두려운 사람에게도 고독을 추천한다. 고독을 받아들이고 오히려 인식하는 것이다. 자기 상황에 고독을 부여하면, 내 인생의 명대사가 나올 수 있다. (61)

 

10. 맛이라는 기억

 

어쩌면 사는 것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새로운 경험을 할 때마다 비슷하게 좋았던 기억을 재빨리 꺼내보고 맞춰보며 견디는 것. 나는 맛의 모험을 할 때는 적극적으로 맛의 스펙트럼을 넓히면서 맛있는 기억을 늘려갔지만, 삶에서는 잘하지 못했다. 그래도 아직 시간이 많이 있으니 아직까지 내가 경험하지 못한 최상의 맛이나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내 입안에서든 내 삶에서든 말이다. (65)

 

[요리를 한다는 것]

 2. 생선회

 

한번 칼이 지나간 자리는 다시 붙일 수 없다는 건 생선회를 조리하는 데도 필요한 말이지만, 우리가 삶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서도 좋은 말인 것 같다. 진지하되 두려워하지 말 것. 장난치는 것처럼 보인다면, 그건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의미를 부정하는 것이 될 테니까. (81)

 

[요리사로 산다는 것]

1. 요리사의 재능 - 요리사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잘 견뎌내는 것도 대단한 인내다. 하루에 1천 개씩 꼬치를 꽂는 일을 하게 된다면 그건 권태를 넘어서는 일이다. 생각하는 인간에게 굉장한 고통일 수 있다. 그런 순간이 요리뿐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올 것이다. 그때마다 나는 일부러라도 이런 생각을 한다. 기술이라는 건 100번 정도는 해야 통달하는 것이고, 나는 그 100번을 향해 가는 도중이다. 100번이라는 목표를 세워서 지루함을 느끼지 않겠다고 자신에게 최면을 거는 것일 수도 있다. (178-179)

 

그런데 살아보니 출발선이 좀 달라도 기본을 지키면서 성실히 시간을 보내면 결국 어느 지점에서 만나는 것 같다. 젊었을 때는 학교를 1, 2년만 늦게 들어가도, 실패한 경험이 하나만 있어도 낙오자 같고 인생에서 뒤처지는 줄 알지만, 지나고 보면 정말 아무 일도 아니었다. 내가 별로 재능이 없었기 때문에 콤플렉스가 많았는데, 세월을 견디다보니 내 단점들을 그렇게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았어도 됐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다 같이 어느 한 점에 모이고 나서, 그 후의 삶이다. 더 중요한 건 지속하는 것이다. 늦게 시작했더라도 지속하는 사람이 대단한 것이다. 그만두지 않고 지속하면 반드시 쌓이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179)

 

2. 요리사 되기

 

초밥을 더 깊게 들어가봐야지 그러고 있었는데, 주변 사람들은 내가 요리를 배웠으니 무슨 음식이든 잘 만들 거라고 생각했따. 같이 놀러 간 친구들은 고기 굽는 일은 나한테 맡겼고, 친척 어른들도 할머니 생신 때 상차림을 해보라고 했다. 나는 초밥을 하는 사람인데? 사실 초밥만 하고 있을 때도 나는 일식을 하고 있다고 생각햇지만 할 줄 아는 게 없었다. 이게 고민이 되었다. 나는 하나밖에 못 한다는 것. 나는 못 한다, 못 한다... 이런 생각이 차곡차곡 쌓였다. (181)

 

하지만 돌아보면 좌충우돌 하는 시간 동안 내가 했던 노력만큼은 확실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부족한 점들이 매일매일 보이니 가만 있을 수 없었다. 내가 뭘 모르는지, 뭘 알아야 하는지, 나의 상태를 계속 체크하던 날들이었다. 생선이, 고기가, 채소가 왜 이렇게 됐지? 어제와 똑같은 과정을 거쳤는데 오늘은 결과가 왜 이런 거지? 조금씩 달라지는 상태와 상황에 대한 궁금증이 점점 커져갔다. 해봐야 할 것, 알아야 할 것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어떻게든 직접 해보려고 했고, 알려고 했다.

...

나는 지금도 늘 부족함을 느낀다. 다른 장르의 요리를 하는 분들을 보면 내가 모르는 것이 정말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해봐야 할 것, 알아야 할 것은 여전히 많다. 너무 많다. 어찌 보면 나는 우연히 요리사가 되었지만, 내가 생각하는 요리사가 되려는 노력은 여전히 진행 중인 것 같다. (185)

 

7. 요리사가 되어서 하게 된 일 - 서바이벌 프로그램

 

그 후로 10여 년 만에 <흑백요리사>에 참가하게 되었다. 섭외 연락을 받고, 출연을 결심하기까지 한 달 넘게 걸렸다. 나는 이제 내 식당에서 내 앞가림하는 것 말고는 방송에서도 사회에서도 내가 할 역할이 없다고 여겼다. 그런 내 삶에 이번 기회가 다시 한번 자극제가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리고 어떤 순간이 되면 내가 늘 되뇌는 문장이 다시 생각났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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