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소설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 이사카 코타로. 황매.

리노타호 2026. 1. 14.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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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사전이 아니라 두껍고 좋은 걸로."

맘대로 하면 되잖아. 그렇게 생각하면서 엉덩이를 들 타이밍을 쟀다.

"대사전을 강탈하는 거야."

가와사키가 그렇게 말하는 게 귀에 들어왔다. 청므에는 잘못 들은 줄 알았다.

"뭘 어떻게 한다고?"

그는 콧구멍을 넓히고 다소 흥분한 기색을 보이면서 입 꼬리를 올렸다.

"대사전을 강탈하는 거야"

말문이 막혔다. 바닥이 빠져서 나만 공중에 떠 있는 것 같은, 홀로 어딘가에 남겨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얼굴에 작은 경련이 이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서 말이지."

그는 말을 이었다.

"같이 서점을 습격하지 않을래?"

교훈을 얻었다.

서점을 습격할 각오 정도가 없다면 옆집에 인사하러 가면 안 된다. (26)

 

"뒷문으로 도망친다고 해서 무슨 큰 비극이 일어나겠어?"

나는 귀찮아져서 아무렇게나 거칠게 말하다가 문득 얼굴이 달아오른 것을 깨달았다. 와인이 내 체온을 올린 것일까?

순간 가와사키가 눈을 내리깔았다.

"비극은 뒷문에서 일어나." (58)

 

"하여간 귀찮으니까 하느님을 가두고 전부 없었던 일로 만들어 달라면 된다니까. 그럼 안 들켜." (82)

 

'마음이 바뀌기 전에 행동하렴.' 이라는 것 역시 어릴 적 이모가 주입한 말이었다. '질리거나 싫어지거나 무서워지기 전에, 떠오른 건 바로 하는 게 나아.' 라고. (124)

 

"삶을 즐기는 비결은 두 가지뿐이야."

가와사키가 경쾌하게 말했다.

"클랙슨을 울리지 않는 것과, 사소한 일에는 신경 쓰지 않는 것."

"얼토당토않은 소릴"

"원래 세상은 얼토당토않지."

가와사키는 진심으로 비탄에 잠긴 것 같았다.

"안 그래?" (138)

 

지금의 나를 가로로 썰어 본다면 분노와 공포가 반씩 흘러나올 게 틀림없다.

자신이 자각하는 이상으로 나는 겁에 질려 있었다. (232)

 

"사고로 다리를 잃어도 인생은 사라지지 않아. 하지만 축구 선수에게는 죽음에 필적할 만한 것일지도 몰라."

레이코 씨의 그 설명은 정곡을 찌른 것처럼 여겨졌다.

"삶의 보람을 잃은 남자는 틀림없이 약해질 터." (292)

 

"즐겁게 살기 위해서는 딱 두 가지만 지키면 돼. 클랙슨을 울리지 않는 것과, 사소한 일에는 신경 쓰지 않는 것. 그것뿐."

이것은 평소에 도르지가 하던 말이었다. (312)

 

어머, 이상하네. 살아있는데 왜 겁에 질린 걸까. 자신을 질타하려고 했지만 정신이 들고 보니 문 앞에 웅크리고 있었다. 온몸이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떨림은 멈추지 않았다.

그래, 나는 겁쟁이다. (343)

 

"옆의."

가와사키는 그렇게 말하고 102호실 쪽으로 엄지로 가리켰다.

그리고 그 손을 자기 방 쪽으로 뒤엎어 "옆."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의외로 가라앉은 기분으로 나는 그 말을 듣고 있었다. 시원스럽기까지 했다.

"옆옆방이라는 건 바로 이 방을 말한 거야."

이게 마술이라고 한다면 나는 예의상 치는 박수를 잊고 있던 셈이 된다.

"내 이름은 킨레이 도르지. 부탄에서 왔어."

"거기."

나는 가와사키의 그 말을 멍하니 들으면서 얼빠진 소리를 했다.

"먼 나라겠네." (348)

 

나는 황급히 머리를 굴리며 추측을 해 보았다. 그는 딜런의 목소리를 '하느님의 목소리.'라고 말했다.

"하느님의 목소리를 로커에 집어넣고, 그렇게 하느님을 가둔다는 거야?"

"그래."

가와사키가 진지한 표정으로 끄덕였다.

"반복 설정을 해 놓았으니까 계속 울릴 거야."

"이런 짓을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지?"

무례한 질문일지도 모르겠지만 굳이 던져 보았다.

"고토미가 옛날에 말했어."

"고토미 씨? 2년 전?"

"그래."

가와사키가 코인로커의 문을 잠그자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었다.

"신을 가두면 나쁜 짓을 해도 들키지 않는다고 말했어." (43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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