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걸 알아야 하는 것과, 즐겁게 사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 아닌가?" (11)
"나는 그런 식으로 미래를 압니다. 사람들보다 더 많은 정보를 정확히 알고 있는 거겠죠. 그러니 주서에 넣으면 미래를 알 수 있는 겁니다."
"신의 조리법이다"
히비노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말했다.
"미래는 신의 조리법대로 결정난다." (41)
"인생이란 건 말이지, 백화점에 있는 에스컬레이터나 매 한가지야. 너는 제자리아 멈춰 서 있어도 어느 틈엔가 저 앞으로 나가 있지. 그 위에 첫발을 디딘 순간부터 흘러가는 거야. 도착하는 곳은 이미 정해져 있지. 제 멋대로 그곳으로 향해 간다 이거야. 하지만 사람들은 그걸 몰라. 자기가 있는 장소만큼은 에스컬레이터가 아니라고들 생각해." (46)
광기와 수용. 미치기와 받아들이기. 둘은 닮은꼴이다. (54)
'사람들은 남의 일 따위 쉽게 잊어버린다.'는 말을 그녀의 어머니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했다고 한다. 다시 말해서, 이 세상에 존재하려면 활자로서 어딘가에 이름을 남기든가, 아니면 자기가 없으면 안 되는 책임 있는 일을 맡든가, 둘 중의 하나라고 세뇌 받으며 자란 것이다. (67)
"끊임없이. 옛날이야기지만 말이야. 대부분, 이 섬에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라면 이 섬 사람들이 천 년을 생각해봐도 발견할 리가 없잖아. 안 그래?" (74-75)
"지진이 사람을 죽이는데 허가가 필요한가? 사람 머리에 떨어지는 벼락을 누가 재판하지?" (84)
"본인이 원해서 가난하게 태어나는 사람은 없을 것이고, 본인이 원해서 못생긴 얼굴로 태어나는 사람도 없지. 핸디캡은 그렇게 불공평하게 주어지는 거야." (100)
"개랑 닮았더군요. 굿good, 이라기보다 독dog, 이지요." (127)
인간은 적응하는 동물이다. 그런 다음, 싫증내는 동물이다. 진력나게 오래 산다. 젊은이는 시간을 주체 못해 뭔가 재미있는 일은 없냐며 푸념을 늘어놓는다. 이 세상 모든 악은 바로 그런 데서 기인하는 게 아닐까? (132)
그것만큼은 분명하다. 이 세상은 알고 싶어도 다 파악하지 못하는 수수께끼 투성이다. (150)
"인간이란 상실하기 전엔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지."
"그렇죠."
나는 대답하면서, 암에 걸리지 않았으면 나는 반성도 하지 않았을 거라고 말한 할머니를 떠올렸다.
"상실한 것은 두 번 다시 되돌아오지 않아."
"만약 되돌아오면 어쩔 거유?"
히비노는, 태평하게, 선생님한테 딴죽 거는 초등학생처럼 대꾸했다.
"뭐가?"
"상실한 것이 되돌아오면 어쩔 건데? 어째야 되는데?"
"다음 번엔 무슨 일이 있어도 잃지 않도록 하는 수밖에 없지." (190)
"이 세상살이, 누구에게나 딱 한 번뿐이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사는 게 즐겁지 않다거나 슬픈 일이 있더라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시작할 수는 없다. 안 그러냐? 모두들 한 번 왔다가 가면 그걸로 끝이야. 알겠니?"
할머니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러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 (217)
"유고는 미래에 일어날 일을 다 알지만, 알기에 오히려 아무 말도 하지 않아. 진정 훌륭한 인간은 큰 소리를 내지 않는 것과 같은 거겠지." (312)
"내가 쏜 화살이 분명히 과녁에 명중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전혀 엉뚱한 바닥에 꽂혀 있는 것을 보면 허망하지 않겠어요?"
"그럴 때는 말이야."
히비노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떨어진 장소에 과녁을 그려 넣으면 되지." (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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