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바이는 현실 세계를 싫어하지 않았다. 다만 현실 세계가 자신을 싫어한다고 생각했다. (120)
"강력반 여러분은 모두 진심과 성의를 다해 위급한 사람을 구한다손 치더라도 수만 명의 경찰 개개인이 모두 여러분처럼 강직하다고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상황실에서 당직을 서는 말단 경찰이 귀찮다는 이유로 시민의 신고를 묵살한다면 그 사건은 세상에 알려질 기회조차 없어요. 인간의 본성은 원래 허점투성이예요. 그중에서도 최악인 건 우리가 이 사실을 부인한다면 그 허점들이 점점 더 깊고 넓어지고, 악인들이 그 허점을 노려 취약 계층의 생명과 재산을 빼앗고 더 많은 불행을 만들어낸다는 겁니다." (328)
"본인의 추리에 확신이 없으시군요?" 자치가 피식 웃었다.
"현실은 소설이 아닙니다. 독자의 기대에 가장 부응하는 것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어요. 때때로 진실이 더 허무맹랑하고 황당하기도 해요. 아무리 작은 가능성이라도 무시할 수 없는 이유죠" (332)
"최선을 다했다는 건 나도 알아요. 하지만 내가 말했죠? 당신과 당신 팀원들이 성실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건 믿더라도 경찰 시스템 전체가 그렇다고 생각할 만큼 순진하진 않다고요. 시스템에 속한 모든 사람은 언제나 현실적인 선택을 하죠. 두 가지 선택지가 앞에 있을 때 자기 윤리 기준을 위배하지만 않는다면 리스크가 적은 쪽을 선택하는 게 인지상정이에요. 다만 이 평범한 선택이 쌓이면 '악'이 될 뿐입니다...... 아니, 난 개인의 사상이 부족하고 제도화된 환경에서 나타나는 '악의 평범성' 같은 한나 아렌트의 사상을 말하는 게 아니에요. 당신의 상관과 당신은 범죄 해결률을 높이고 경찰의 명망을 탄탄하게 구축하는 것이 대중의 복지를 위한 일이며, 악당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고 어둠의 세력이 선량한 시민을 해치지 못하게 막는 것이 '대의'라고 판단했겠죠. 바이천 한 명이 희생하면 수천수만 명의 안온한 생활을 보장할 수 있는데 진실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생각했겠죠. 하지만 정의를 명분으로 앞세운 그런 선택은 결코 정의가 아니에요. 정의의 이름으로 행하는 악입니다." (390-391)
"상관의 지시대로 이틀 안에 셰자오후의 범행 증거와 바이천의 자살 이유를 찾아내는 것."
쉬유이가 쓴웃음을 지었다. "고작 이틀이라고요! 이틀 안에 그게 됩니까?"
"하느님은 단 엿새 만에 세상을 창조하셨는걸요."
"썰렁한 농담 따위 집어치워요." (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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