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소설

[고독한 용의자] 찬호께이. 위즈덤하우스.

리노타호 2026. 9. 12. 01:49
반응형

 

아바이는 현실 세계를 싫어하지 않았다. 다만 현실 세계가 자신을 싫어한다고 생각했다. (120)

 

"강력반 여러분은 모두 진심과 성의를 다해 위급한 사람을 구한다손 치더라도 수만 명의 경찰 개개인이 모두 여러분처럼 강직하다고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상황실에서 당직을 서는 말단 경찰이 귀찮다는 이유로 시민의 신고를 묵살한다면 그 사건은 세상에 알려질 기회조차 없어요. 인간의 본성은 원래 허점투성이예요. 그중에서도 최악인 건 우리가 이 사실을 부인한다면 그 허점들이 점점 더 깊고 넓어지고, 악인들이 그 허점을 노려 취약 계층의 생명과 재산을 빼앗고 더 많은 불행을 만들어낸다는 겁니다." (328)

 

"본인의 추리에 확신이 없으시군요?" 자치가 피식 웃었다.

"현실은 소설이 아닙니다. 독자의 기대에 가장 부응하는 것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어요. 때때로 진실이 더 허무맹랑하고 황당하기도 해요. 아무리 작은 가능성이라도 무시할 수 없는 이유죠" (332)

 

"최선을 다했다는 건 나도 알아요. 하지만 내가 말했죠? 당신과 당신 팀원들이 성실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건 믿더라도 경찰 시스템 전체가 그렇다고 생각할 만큼 순진하진 않다고요. 시스템에 속한 모든 사람은 언제나 현실적인 선택을 하죠. 두 가지 선택지가 앞에 있을 때 자기 윤리 기준을 위배하지만 않는다면 리스크가 적은 쪽을 선택하는 게 인지상정이에요. 다만 이 평범한 선택이 쌓이면 '악'이 될 뿐입니다...... 아니, 난 개인의 사상이 부족하고 제도화된 환경에서 나타나는 '악의 평범성' 같은 한나 아렌트의 사상을 말하는 게 아니에요. 당신의 상관과 당신은 범죄 해결률을 높이고 경찰의 명망을 탄탄하게 구축하는 것이 대중의 복지를 위한 일이며, 악당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고 어둠의 세력이 선량한 시민을 해치지 못하게 막는 것이 '대의'라고 판단했겠죠. 바이천 한 명이 희생하면 수천수만 명의 안온한 생활을 보장할 수 있는데 진실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생각했겠죠. 하지만 정의를 명분으로 앞세운 그런 선택은 결코 정의가 아니에요. 정의의 이름으로 행하는 악입니다." (390-391)

 

"상관의 지시대로 이틀 안에 셰자오후의 범행 증거와 바이천의 자살 이유를 찾아내는 것."

쉬유이가 쓴웃음을 지었다. "고작 이틀이라고요! 이틀 안에 그게 됩니까?"

"하느님은 단 엿새 만에 세상을 창조하셨는걸요."

"썰렁한 농담 따위 집어치워요." (395)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