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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종이 한 장에 매달린 두터운 동질감이 혈관을 뚫고 들어와 나의 몸을 탐닉하기 시작했다. (21)
바다는 자신의 눈앞에 벌어지는 인간들의 삶을 기억한다. 살인자의 고해성사, 어느 연인의 첫 키스, 어느 연인의 이별, 취객들의 귀 아픈 폭죽놀이. 바다는 어린 보현 언니의 젖은 연보라색 부츠부터 오늘의 우리까지를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바다는 세상의 모든 사건들을 저항 없이, 삭제 없이 받아들임으로써 차츰 불어나고 있을 뿐이다. 보다 커다란 품을 만들어 갈 뿐이다. 바다는 우리와 함께 살아갈 것이고 이 사실은 때때로 쓰나미 같은 용기를 내게 선물해 줄 것이다. 나도 언젠가는 바다 같은 어른이 될 수 있을까? 보현 언니의 꿈을, 유민 언니와 태수 언니의 웃음을 지켜주는 사람. 더 이상 스스로를 익사시키지 않고 내일을 꿈꾸며 유영하는 어른.
하나 확실한 것은, 나의 바다는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나의 바다는 언제나 이곳에.
우리의 바다는 언제나 이곳에. (55-56)
희망의 연장선 끝에 가까스로 서있는 삶을 이제야 발견한 것만 같다. (85)
우리의 도망칠 길은 어떻게든 존재했다. (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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