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고전문학

[쓰가루] 다자이 오사무. 민음사.

리노타호 2026. 7. 15. 20:52
반응형

 

멋들어지게 배신당하고, 된통 창피를 당한 적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사람은 믿을 게 못 된다, 라는 발견은, 청년이 어른으로 이행하는 제1과다. 어른이란, 배신당한 청년의 모습이다. (47)

 

그리고 즐기는 건, 술이다. 음식에는 아무 관심도 없었을 터인 애정과 진리의 사도도, 이야기가 여기에 이르러 어쩌다 그만 타고난 탐욕서으이 끄트머리를 폭로하고 말았다. (50)

 

폭언이었다. '타인의 단점을 들어, 나의 장점을 드러내지 말 것. 남을 비방하여 나를 뽐내는 건 대단히 상스럽다.' 바쇼 옹의 이 행각 지침은, 엄숙한 진리에 가깝다. (71)

 

"그런 얘기, 아는지? 자, 마시자고. 닷피에 가져간다면서 어젯밤, 물통의 술을 하나 더 남겨 두었잖아? 그거, 마시자고! 쩨쩨하게 굴어 봤자 소용없어. 시원시원하게, 한꺼번에 와르르 해치우자고! 그리하면, 나중에 잉걸불이 남을지도 모르지. 아니, 남지 않아도 괜찮아. 닷피에 가면, 또 어떻게든 되겠지." (115-116)

 

죽기 전에 한번 아버지가 태어난 집을 보고 싶어서, 라는 것도 무시무시할 만치 아니꼽다. (175)

 

나는 다케의 그렇듯 당차고 스스럼없는 애정의 표현법을 접하고, 아아! 나는, 다케를 닮았다, 생각했다. 형제 가운데 나 혼자, 세련되지 못하고 덜렁대는 구석이 있는 건, 이 슬픈 키워 준 부모의 영향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이때 비로소, 내 성장의 본질을 똑똑히 알게 되었다. 나는 결코, 고상하게 자란 남자가 아니다. 그러하니, 부잣집 아이답지 않은 구석이 있었다. 보라! 내가 잊지 못하는 사람은 아오모리에 있는 T군이고, 고쇼가와라에 있는 나카하타 씨이고, 가나기에 있는 아야이고, 그리고 고도마리에 있는 다케다. 아야는 현재도 우리 집에서 일하는데, 다른 사람들도 그 옛날 한 번은, 우리 집에 머문 적이 있는 사람이다. 나는, 이 사람들과 벗이다. (213)

 

안녕히! 독자여, 목숨 있거든 또 훗날. 힘차게 살아가자. 절망하지 마. 그럼, 실례. (213)

 

"슈지다." 나는 웃으며 모자를 벗었다.

"어머." 그뿐이었따. 웃지도 않는다. 진지한 표정이다. 하지만 금세 그 뻣뻣하니 굳은 자세를 누그러뜨리고, 아무 일도 없는 듯, 묘하게 체념한 듯 힘없는 말투로, "자, 들어와서 운동회를." 말하고는, 다케의 천막으로 데려가, "여기 앉아요."라며 다케 곁에 앉힌다. 다케는 그뿐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반듯이 정좌해 그 몬페의 둥그스름한 무릎에 가지런히 두 손을 얹고, 아이들이 내달리는 걸 유심히 지켜본다. 하지만 나는 아무런 불만도 없다. 정말이지, 이미, 안심해 버렸다. 다리를 쭉 내뻗고 멍하니 운동회를 보며, 마음속 무엇 한 가지 생각할 게 없었다. 이젠 뭐가 어떻게 되더라도 괜찮다, 싶은 그야말로 아무 근심 없고 평온한 상태다. 평화란, 이런 기분을 말하는 걸까? 만약 그러하다면, 나는 이때, 태어나 처음 마음의 평화를 체험했다고도 할 수 있다. (222)

반응형